시인이 바라본 어느 시인
정숙자
미개척의 어둠 속에서
금강석을 캐내며 멎지
<4 × 4 = 16>이 아닌
그보다 훨씬 많거나 빠른 답을 찾느라
간신히 치켜든 등불마저 놓치고 말지
하지만 그가 진정한 시인이라면 암흑이 햇빛이겠지. 그 속에서라야 아직 부화하지 못한(않은) 언어를 깨울 수 있지. 삶이야 가냘프고 고달프고 아프겠지만 그렇게 얻은 문장만큼은 톡톡 여물어 코끼리가 밟아도 안 깨지겠지.
어둠 속에서
칠흑 속에서
고립된 지옥 안에서
뜨겁게 고이고 파랗게 식힌
그 절규가 바로 우주를 가로질러 날아든
한 구절 섬광이겠지
왜 이렇게 ‘프’ 字는 슬프-ㄴ 것일까
아차 ‘배고프다’도 있네
아 앗차 ‘구슬프다’ 도 있었군, 그래
그래그래 시인에게는 그렇게 힘없는 잎이 한결같은 꽃이었구나
한 올 무모한 실 위에서
소나기와 눈보라도 몸소 겪어낸
그는,
그 시인은 먼- 길 돌아온 풍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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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 2022-봄(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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