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윤영기
칼은 제집에서만 운다
칼집에 머리를 묻고 울다 잠이 든다
칼집은 칼이 한껏 울게 공명하며 속으로 운다
그래서 칼은 울음 속 울음을 또 운다
고요하고 어두운 칼집에서 잠들었다가
벼린 얼굴에 날을 세우고 집을 나서는
칼의 눈은 맑고 깊다
칼은 칼의 집에서 쉬어야 한다
집 없는 칼을 생각해보라
명검名劍이라도 비에 녹슬고
볼품 없이 아무 데나 뒹굴어 발길에 차일 것이다
뻣뻣이 고개 쳐든 잡풀 아래
머리를 박고 묻혀버릴 것이다
칼이 칼 같을 때
스스로를 겨눌 때
무대에서 춤출 때
집을 생각한다
칼은 돌아가기 위해서
칼집에서 울다 잠들고 싶어서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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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시와소금』 2022-봄(41)호 <신작시 ①>에서
* 윤영기/ 2000년『솟대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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