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칼/ 윤영기

검지 정숙자 2022. 2. 17. 00:22

 

   

 

    윤영기

 

 

  칼은 제집에서만 운다

  칼집에 머리를 묻고 울다 잠이 든다

  칼집은 칼이 한껏 울게 공명하며 속으로 운다

  그래서 칼은 울음 속 울음을 또 운다

  고요하고 어두운 칼집에서 잠들었다가

  벼린 얼굴에 날을 세우고 집을 나서는

  칼의 눈은 맑고 깊다

  칼은 칼의 집에서 쉬어야 한다

  집 없는 칼을 생각해보라

  명검名劍이라도 비에 녹슬고

  볼품 없이 아무 데나 뒹굴어 발길에 차일 것이다

  뻣뻣이 고개 쳐든 잡풀 아래

  머리를 박고 묻혀버릴 것이다

  칼이 칼 같을 때

  스스로를 겨눌 때

  무대에서 춤출 때

  집을 생각한다

  칼은 돌아가기 위해서

  칼집에서 울다 잠들고 싶어서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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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시와소금』 2022-봄(41)호 <신작시 ①>에서

  * 윤영기/ 2000년『솟대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