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돈육권(豚肉券)/ 권달웅

검지 정숙자 2022. 2. 17. 00:02

 

    돈육권豚肉券

 

    권달웅

 

 

  이삿짐을 챙기는 중에

  잡다한 것들이 쌓인 베란다에서

  누런 봉투 하나가 나왔다

 

  모두가 어렵던 그 시절

  아버지가 받아온 월급봉투에는

  만 원과 천 원 지폐

  십 원 동전까지 들어있었다

 

  거기다가 '돈육권'이라는

  큼지막한 보랏빛 고딕체 글씨가 찍힌

  명함 크기만 한 종이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얼른 집어 들고

  물총새처럼 정육점으로 날아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사왔다

 

  월급날이면 태백광산골짜기엔

  탄가루가 새까맣게 달라붙은 가슴속을

  씻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집집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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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소금』에서/ 2022-봄(41)호 <시인 조명 ① / 신작시> 에서

   * 권달웅/  1957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염소똥은 고요하다』『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