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육권豚肉券
권달웅
이삿짐을 챙기는 중에
잡다한 것들이 쌓인 베란다에서
누런 봉투 하나가 나왔다
모두가 어렵던 그 시절
아버지가 받아온 월급봉투에는
만 원과 천 원 지폐
십 원 동전까지 들어있었다
거기다가 '돈육권'이라는
큼지막한 보랏빛 고딕체 글씨가 찍힌
명함 크기만 한 종이가 들어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얼른 집어 들고
물총새처럼 정육점으로 날아가
좋아하는 돼지고기를 사왔다
월급날이면 태백광산골짜기엔
탄가루가 새까맣게 달라붙은 가슴속을
씻어내기라도 하려는 듯
집집마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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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소금』에서/ 2022-봄(41)호 <시인 조명 ① / 신작시> 에서
* 권달웅/ 1957년『심상』으로 등단, 시집『염소똥은 고요하다』『휘어진 낮달과 낫과 푸른 산등성이』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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