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금숙
언젠가 한 번 이 밀밭에 온 적이 있다
이 찰진 흙을 밟고 가다
풀숲으로 미끄러진 적 있다
네 팔이 내 허리를 안은 적 있다
종달새의 둥지처럼 아늑한 네 품에서
젖빛 하늘에 취한 적 있다
내가 처녀인 적이 있다
너와 팔베개하고 한참 자고 나면
깃털처럼 가벼워지던 아침이 있다
멀리 소풍가자고 꽃시절 다 간다고
손잡아 끄는 너를 팔랑팔랑
천 년 전에 따라 나와
나 아직 집에 돌아가지 못했다
*시집 『레일라 바래다주기』에서/ 2010.6.5 <시산맥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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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금숙/ 전남 나주 출생, 2000년『현대시학』제1회 공모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