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시탁(詩鐸)/ 오남구

검지 정숙자 2010. 10. 21. 15:07

 

 시탁(詩鐸)

 -딸아, 시를 말하자 2


  오남구



그날, 다른 날과 달리 방에 난향이 은은하고 상쾌한 분위기였는데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다. 미당은 예를 받고 나서 옷매무새를 추스르고 염불을 하려는 듯이 목탁(木鐸)을 집어 치기 시작했다.

‘똑 또그르르 똑 또그르르’

 목탁 소리가 아주 맑게 방 안을 울리고 밖으로 울려갔다. 그러자 나는 마음 경건히 하여 무슨 독경이나 해 주려니 기다렸는데, 문득 아래층에서 “이예!”하고 며느님이 올라왔다.

난 어리둥절해 버렸다. 선생님은,“오군이 왔네. 차 가져오게!”말하고 나서 빙긋 웃고 나를 보며, “오군! 벨소리는 운치도 없고 해서…, 이 소리 참 좋지 않은가?”했다.

 ‘멍!’뒤통수를 커다란 솜방망이로 치는 느낌이다. 그렇다! 저 스님이 목탁을 쳐 사람을 부르는구나! 

   


*시전집 『노자의 벌레』에서/ 2010.3.25 <도서출판 글나무> 펴냄

 ------------------------------------------------------------

 *오남구/ 전북 부안 출생(1946~2010), 1973~1975『시문학』에 추천완료로 등단

'시집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정주 시인의 댕기 놀이/ 박제천  (0) 2010.10.25
달나라 방문기/ 박제천  (0) 2010.10.25
[스크랩] 캐릭터  (0) 2010.10.21
사랑/ 나금숙  (0) 2010.10.20
연애/ 나금숙  (0) 2010.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