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연애/ 나금숙

검지 정숙자 2010. 10. 20. 01:14


     연애


      나금숙



   비 온 다음날

   흙이 무른 그 숲에서 당신은

   발자국이 패이도록

   나를 들어 올려 안았습니다

   어깨 너머로 내려다보니

   움푹 패인 자리에

   흰 달빛이 순식간에 와 고였습니다

   나를 내려놓고 혹은 다시 안고

   반투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큰 키,

   그 푸른

   안개기둥 

   을 감고 칡넝쿨이 끝없이 올라갑니다


   그 넝쿨 다시는 땅을

   기지 못할 것입니다



   *시집 『레일라 바래다주기』에서/ 2010.6.5 <시산맥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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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금숙/ 전남 나주 출생, 2000년『현대시학』제1회 공모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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