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읽은 시

척서도(滌署圖) 외 1편/ 최승범

검지 정숙자 2021. 12. 24. 03:44

 

    척서도滌署圖 외 1편

 

    최승범

 

 

  까중가리나무 가지끝이

  미동도 않는 밤

  식지 않는 더위를

  등멱으로 씻고 나면

  한 박적

  우물물 돌려 마셔도

  단란했다

  건강했다

 

  멍석자리 둘러앉은 밤

  이야기꽃 사위어 들고

  미리내의 어린 별들

  아슬랑거려 돋으면

  부채를

  할랑거리던 손목에도

  고운 잠이

  내렸다

   -전문-

 

    ----------

    인사성

 

 

  길을 걷다가 문득

  참새같이 조잘거리던 아이들이 인사하면

  요순 시절인가 외려 내가 주춤거린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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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조집 『자투이』에서/ 2021. 11. 30. <시간의물레> 펴냄

 * 최승범/ 1931년 전북 남원 출생, 1958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천지에서』『자연의 독백』등 다수, 수필집『한국을 대표하는 빛깔』『남원의 향기』등 다수, 근작시집『八八의 노래』『짧은 시, 짧은 여운』, 정운시조문학상, 가람시조문학상 외 수상, 현재 고하문학관 관장,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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