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view 정현종 장철환>中
도취와 절망의 탄성, 그 경이로운 소식(발췌)
인터뷰라는 형식에 기댄 시인의 아우라 관찰기
정현종 : 장철환
「섬」은 시인의,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시편 가운데 하나이다. 단 두 행("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에 불과하지만, 깊은 울림과 성찰을 주는 시임에 분명하다. "섬"의 뜻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사이"에 대한 궁금함이 크다.
"글쎄, 이거에 대해서는 몇 달씩 생각을 해야, 나 자신이 그렇게 쓰고도 왜 이렇게 썼다, 그거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나온 구절이니까. 그걸 의식적으로 (설명하려면) 글쎄. 나는 옛날부터도 그랬지만 최근에도 변함없이 느끼는 거는, 시간의 넘어가는 틈이라고 할까, 그 틈에서 (나는) 늘 슬픔 같은 걸 느껴." (p. 156)
새삼 깨닫는다. 침묵 속에 붐비는 말들의 세계. 그렇게 시인은 침묵 속에서도 시를 쓰시는구나. 그러니 '사이'는 짧지만 무궁무진하다는 말씀이 시인과 인터뷰어의 '사이'에서 붐비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럼, 붐비는 말들의 세계에서 유독 어떤 말들이 선택되어 시로 발화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무의식과 의식의 사이에 대한 내밀한 성찰을 요구하는 바일 텐데, 시간의 틈에서 유독 슬픔의 맥이 발굴되는 이유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시심', '시혼', '뮤즈'라는 이름들이 시 창작의 신비를 우회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것도 같다. '리듬'도 그러한 종류에 속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인은 이미 「시의 리듬과 의미」라는 글에서 "시인의 감정과 의식의 다른 이름인 시의 언어가 필연적으로 리듬을 낳아야지"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 그렇다면 '리듬'은 표면에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시의 기저에서 깊은 울림의 원천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시작詩作에서 리듬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여쭈어 본다.
"글쎄, 시라는 게 근본적으로 리듬 글이니까, 산문이 아니니까, 뭐라 그럴까 일종의 숨결이지, 리듬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영혼, 영혼의 움직임. 움직임이 말의 의미보다는 리듬에 더 실려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내가 맨날 하는 얘기 중의 하나가, 어조, 어조가 중요하다고 얘기를 하는데, 어조가 의미보다 더 중요한데, 어조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파스테라냐크. 심지어 내 기억으로는 어조가 전부라고 얘기하지 않았나 싶은데, 진짜냐 가짜냐를 판별할 때, 어조를 가지고 하면 된다. 왜냐하면 어조는 숨길 수가 없어. 의미는 머리를 굴리고 짜고 엮어 넣고 계산하고 이래 가지고 할 수 있잖아. 그런데 어조는 그렇게 안 되잖아. 시가 가지고 있는 어조가 그 사람의 마음이고 영혼이니까, 액면 그대로. 그런 점에서 리듬도 그렇게 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리듬이 시인의 '숨결"이고 "영혼의 움직임"일 때, 시가 왜 독자들에게 영혼의 울림을 주는지가 설명되는 듯하다. 언어에 내장된 고유한 주파수가 독자의 그것과 공명하기 때문일 텐데, 이때 "영혼의 움직임"이 어떻게 시의 리듬으로 전송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시인의 말씀대로 "어조가 그 사람의 마음이고 영혼"이라면, "어조"는 시인의 "숨결"과 시의 리듬이 만나는 장소가 될 테니까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의 "어조"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어조는 숨길 수가 없어"에서 보듯, 그건 투명하다. (p. 159-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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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파란』2021-가을(22)호 <inteview 정현종 장철환> 에서
* 장철환/ 2001년 『현대시』를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저서 『돔덴의 시간』 『김소월 시의 리듬 연구』, 공저 『영원한 시작』, 공역 『라깡 정신분석의 핵심 개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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