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대담(도입부)/ 김선오 시인 & 김학중 시인

검지 정숙자 2021. 11. 3. 02:29

 

    나이트 사커(도입부)

    김선오 시인 & 김학중 시인

 

 

  학중: 안녕하세요. 김선오 시인. 저는 시를 쓰고 연구하는 김학중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첫 시집 『나이트 사커』를 읽는 동안 시집에 가득한 동적인 이미지를 즐기면서 한동안 그 시적 세계가 만들어내는 장면들을 쫓느라 즐겁게 독서했다는 말씀드립니다. 시를 사랑하는 독자들 역시 김선오 시인의 시집을 읽으면서 그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울러, 인터뷰를 통해 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즐겁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먼저 독자들을 위해서 김선오 시인을 소개드리면 <아침달> 시선을 통해 『나이트 사커』란 시집을  발간하면서 등단하게 된 시인이라고 얘기드릴 수 있겠습니다. 시집을 통한 등단은 작고하신 황현산 선생님께서 열림원에서 시도한 바 있으시고, <삼인>에서도 그러한 시도들이 있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유진목 시인이 『연애의 책』을 펴내면서 등단한 바가 있지요.

  이런 시도는 문단을 이끄는 출판사에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기가 어려운 도전이었는데요. <아침달> 시선은 그런 점에서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는 출판사인 것 같습니다. 더불어 <아침달>은 이를 통해 등단하는 젊은 시인들을 시집을 읽는 대중들과도 연결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하는 출판사인 것 같습니다.

  유진목 시인 또한 <아침달>에서 시집을 내신 바 있지만, 그 외에 육호수 시인, 조해주 시인, 윤유나 시인 등이 <아침달> 시선을 통해 새로 선보여진 바 있습니다. 김선오 시인도 그렇게 문단에 소개된 시인 중 한 분이시죠.

  그런데 아무래도 시집으로 문단에 소개되다 보니 생기는 부담감 같은 것도 있지 않나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시인들이 문단활동을 하면서 시를 발표하고 이후 이를 퇴고하는 등의 보완을 거쳐 시집을 내는데, 그럴 경우 시적 변화를 좀 더 유연하게 이끌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김선오 시인은 그간의 시를 한번에 다 선보이고 문단에 나서다 보니 시적 세계를 한 번에 평가 당하는 상황에 온전히 노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저도 첫 시집을 냈을 때 그런 부분에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거든요. 그런 점에서 다음 시집에 대한 부담감이 심리적으로 급격히 다가올 수도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 부분에서 느끼시는 부담감 같은 건 없는지 궁금합니다. 평단의 반응이나 독자들의 반응을 갑자기 경험하게 될 때 부담스러운 수 있기에 이런 질문을 드려보는 것입니다.

 

  김선오: 안녕하세요, 김학중 시인님, 반갑습니다. 『나이트 사커』에는 4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보통 5편에서 10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지요. 말씀하신 대로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시집을 출간하기 직전까지 꽤 우울한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동시에 한 권의 시집을 통해 어떤 것들은 더 명료히 보여줄 수 있겠다는, 책의 물성이 기여하는 바에 얼마간 기댈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문단은 취향의 공동체'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 시들이 한국 문단의 취향에 흡족하게 들어맞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습니다. 따라서 몇 편의 시로 평가받기보다는 한 권의 책으로 명확하게 드러내는 편이 더 유효하겠다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또한 기존의 규범을 따르지 않았기에 문단으로부터 소외되어 작가로서 여러 기회를 놓치게 될까 두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등단과 비등단의 경계가 허물어져가던 시점이었기에 큰 어려움으로 작용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첫 시집 출간 전의 심한 부담감을 지나고 나니, 두 번째 시집은 오히려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이름 없는 신인의 시들을 편견 없이 읽어주신 문단 안팎의 독자 분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p. 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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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징학 연구소 2021-가을(3)호 <나이트 사커/ 대담> 에서  

  * 김선오/ 1992년 서울 출생, 2020시집 『나이트 사커』 출간 

  * 김학중/ 1977년 서울 출생, 2009년『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창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