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우유친
정숙자
그림자들 결속이 무한하다
어떤 그림자도 색깔 바꾸지 않는다
빛 없는 데 튀어나오지 않는다
본체가 죽은 뒤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본체를 빼앗지 않는다
다른 이의 본체와 그림자 사이 끼어들지 않는다
본체가 하찮을지라도 떠나지 않는다
그림자가 남아 있는 한 티끌도 생명을 인정받는다
그림자만한 붕우가 또 있을까
그림자는 언제 어디서든 순장은 물론
어느 때 한 번 키를 세우려고도 않는다
바닥은 밑에 있는 하늘이라고
바닥은 밑에 있는 하늘이라고
그 하늘 헛디딜까 본체 아래 엎드린다.
(내게도 그림자 있어) 절대 고독, 절대 부족, 절대 불행이란
있을 수 없다. 신발 닦아 신어야겠다
*『문학청춘』2012-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