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붕우유친

검지 정숙자 2012. 6. 5. 00:54

 

 

    붕우유친

 

      정숙자

 

 

  그림자들                 결속이 무한하다

  어떤 그림자도     색깔 바꾸지 않는다

  빛 없는 데            튀어나오지 않는다

  본체가 죽은 뒤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감정을 노출하지 않는다

  다른 이의 본체를 빼앗지 않는다

  다른 이의 본체와 그림자 사이 끼어들지 않는다

  본체가 하찮을지라도 떠나지 않는다

 

  그림자가 남아 있는 한 티끌도 생명을 인정받는다

  그림자만한 붕우가 또 있을까

  그림자는 언제 어디서든 순장은 물론

  어느 때 한 번 키를 세우려고도 않는다

 

  바닥은 밑에 있는 하늘이라고

  바닥은 밑에 있는 하늘이라고

 

  그 하늘 헛디딜까 본체 아래 엎드린다.

  (내게도 그림자 있어) 절대 고독, 절대 부족, 절대 불행이란

  있을 수 없다. 신발 닦아 신어야겠다

 

 

  *『문학청춘』2012-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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