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나비, 연쇄구도

검지 정숙자 2012. 9. 23. 00:39

 

 

     나비, 연쇄구도*

 

       정숙자

 

 

  모든 선은 출발한다

  모든 선은 출발할 때 각도를 잡는다

  모든 선은 잡은 각도에 따라 일생을 그려나간다

 

  각각의 선은 (간혹) 직선이다, 그것이

  각각의 선은 (나름) 직선이다, 문제다

 

  출발지점 저마다 다를지라도

  제각기 다른 각도이므로

  부딪힌(힐 수 있)다

  결국 교차된

  선과 선의 각거리는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관계 회복 대개 불가// 충돌 모르는 평행

선들은 우연의 발탁일 수밖에 없다

 

  오늘을 지나는 모든 선들은 단지 시공의 동행일 따름

 

  게릴라성 고뇌-정면 돌파하는 선과 선 사이-무한대까지 겹쳐지는

 선과 선 사이-혼돈의 나비가 난다. “나비는 직선 비행을 하지 않는

다.”**  선분A-B는 수많은 선분A-B가 살고 간 선분. 밑변으로 높이

로 꼭짓점으로 명멸하는 선분C-D, E-F 외

  모든 선은 이탈한다

 

  모든 선은 이탈할 때 체온을 드러낸다

  모든 선은 제 각도에 따라 외계로까지 튕겨나간다

                                                                                

 

  */** 신범순『노래의 상상계』14쪽. (2011.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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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가』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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