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명/나의 근작시

개미

검지 정숙자 2012. 9. 12. 01:30

 

 

     개미

 

     정숙자

 

 

  나는 나를 기다린다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나 자신을 만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생성되고

  소비되고

  재가동 된다

 

  내가 만날 수 없는 내가 없다면

  내가 만날 수 있는 나도 없으리

 

  가까스로 끌고 온 허리가 꼬여 더 더욱

  멀어지고

  검어지고

  풀어지는 여삼추 아래

 

  (나는 정말 나일까. 누군가 나에게 맡겨놓은 자가 아닐까. 그를 대신

살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맡겨놓은 그 자를 위해 최선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맡은 자를 위하여, 맡겨놓은 자일지라도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누군가 내 유전자에 새겨 넣은 것은 아닐까.)

 

  풀꽃 한 점 수월히 벌지 않는 길

  내가 기다리는 나 자신은

  어디선가

  다른 이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열린시학』2012-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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