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정숙자
나는 나를 기다린다
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나 자신을 만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생성되고
소비되고
재가동 된다
내가 만날 수 없는 내가 없다면
내가 만날 수 있는 나도 없으리
가까스로 끌고 온 허리가 꼬여 더 더욱
멀어지고
검어지고
풀어지는 여삼추 아래
(나는 정말 나일까. 누군가 나에게 맡겨놓은 자가 아닐까. 그를 대신
살아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맡겨놓은 그 자를 위해 최선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맡은 자를 위하여, 맡겨놓은 자일지라도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누군가 내 유전자에 새겨 넣은 것은 아닐까.)
풀꽃 한 점 수월히 벌지 않는 길
내가 기다리는 나 자신은
어디선가
다른 이가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 『열린시학』2012-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