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하현/ 이영애

검지 정숙자 2012. 5. 22. 23:06

 

 

     하현

 

     이영애

 

 

  깊은 호수로 빠진 달

  바닥에 흡반처럼 붙은 달이 서늘하다

  돌을 던지자 화들짝 놀란 물이랑 겹겹이 달 쪽으로 쓸리며 달이 야

윈다

 

  유빙처럼 떠돌던 별들이 난간 위에 한 호흡 내려놓는다

  서쪽에 잠들지 못한 비명이 있다고

  누군가 말한다

 

  나는 돌아오지 못한 비명처럼 지금도 명치끝이 아프다

 

  할머니는 바늘로 손톱 밑을 따주셨다

  검은 피는 죽은 피라 하셨다 그때마다 미간이 깊은 주름을 잡았고

  자목련은 자주 몸을 버렸다

  아버지는 멀쩡한 날씨를 탓하셨다

 

  날개 없는 것들은 몸에 벼랑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차디찬 가슴을 앓은 후에 사람들은 하얀 울음주머니를 창가에 매

달며 늙어갈 것이므로

  눈물은 늙지도 않을 것이다

  바람은 잠시 어두운 풍경을 거두고 달 속으로 잠을 밀어 넣는다

 

 

   *『시사사』2012.5-6월호 <신작특집>에서

   * 이영애/ 2009년 『열린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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