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말(言) 버리고 가기/ 황희순

검지 정숙자 2012. 3. 13. 11:12

 

 

      말(言) 버리고 가기

        -팔순 엄니의 벽장다수(拍掌大笑)

 

        황희순

 

                                '강을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야지 왜 메고 가나'

                                                                -『금강경해설에서

 

 

  아이구 야덜아 글메…… 5층 할망구가 콩국수를 했다고 불르걸래 갔

더니만 동네 늙은이덜이 다 뫼였더라 콩국이 너머 뻑뻑해서 메느리더러

물 좀 가꾸오라고 했어 메느리가 가꾸온 물을 콩국에 타 먹었더니만 씁

씨름한 게 맛이 읎능 겨 소금을 너머 많이 넌넝게비라구 다덜 꿍시렁거

리메 어거지루 그냥저냥 다 먹었지 뭐 읃어먹으메 쓰다달다 말하기두

뭐하구 해서 말여 그라구 입 가신다구 메느리가 갖다 논 물을 마셨더니

…… 아이구 이게 워짠 일여…… 그게 글메…… 물이 아니구 김빠진

소주여 소주…… 메느리가 물 가꾸오라닝께 뭘 잘 못 듣구…… 반주꺼

정 할 모냥이라구 글메 그걸 가꾸옹 겨…… 그걸 콩국에 타 먹었지 뭐

냐…… 다덜 벽장다수를 했어 벽장다수…… 6층 늙은이는 췌서 거기서

자아…… 야야 아이구……

 

 

  *『열린시학』2012-봄호 <색깔 있는 시 읽기 사투리시'>에서

  *  황희순/ 1999년『현대시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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