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말의 활촉/ 정영미

검지 정숙자 2021. 6. 13. 17:57

<2021, 제7회 시예술 아카데미상 수상자 대표시> 중

 

    말의 활촉

 

    정영미

 

 

  다시 튕겨 나올 줄 알면서

  단단한 내력을 알면서도 화살을 쏘았다

  그것이 되돌아와

  내 심장에 꽂히는 것도 알면서

 

  살갗을 뚫고 꼿꼿하게 서 있다가

  불끈 일어서는 혈기인 것을 알면서도

 

  그런 날이면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굽은 낙타의 등으로,

  하루를 연다

 

  내 안을 밀탐하려

  빠끔히 들여다보는 세상과

  거짓 웃음이라도 건네며

 

  오늘 하루 나의 기도는

  모순된 얼굴로 공작선인장 같은

  깃털을 달고 걸어가는 것

 

  무심코 던진 말 때문에

  명치끝이 아픈 저녁,

  독한 화살을 맞은 내면이 술렁거린다

  촘촘히 꽂힌 수많은 언어의 촉들이

  피의 행간을 넘고 있다.

      -전문-

 

   * 심사위원: 문효치  김추인  이채민  이현서

 

   ----------------

  * 『미네르바』 2021-여름(82)호 <제7회 시예술아카데미상>에서

  * 정영미/ 2012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밥에도 표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