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박덕규_존재론적 증명으로서의 시(발췌)/ 바위·1 & 바위·70 : 문효치

검지 정숙자 2021. 6. 13. 17:44

 

    바위 · 1 & 바위 · 70

 

    문효치

 

 

  저 가슴

  얼마나 날카로운 정으로

  쪼아대기에

 

  얼마나 센 칼로

  썰어내기에

 

  달그늘 짙어지는

  밤이면 밤마다

 

  어흐흥 어흐흥

  울어대는가

 

  어루만지던 산도

  돌아서서 눈물 흘린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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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 70

  

   

  나는 누군가의 밥이었다

  이빨이 강한 자

  턱의 힘이 강한 자가 나를 부순다

  밥은 배부르게 하고 힘과 용기를 준다

  그러나 밥은 쉬었다

  쉰밥은 이제 밥이 아니다

  또 다른 무엇의 거름이다

  거름은 만하이 삭고 썩어야 좋은 것

  나는 삭고 썩는다

  누가 이 거름을 사용할 것인가

  죽은 나비의 날개가 떨어진다

  날개에 실려 있던 햇빛이 떨어져 날아간다

  엉뚱하다 생뚱하다 상실이 뚱뚱하다

       -전문-

 

   존재론적 증명으로서의 시_문효치 시집 『바위 가라사대』(발췌) _박덕규/ 시인, 문학평론가

  『바위 가라사대』의 첫 시가 "저 가슴/ 얼마나 날카로운 정으로/ 쪼아대기에"로 시작되고 위 『바위·70』이 마지막 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시사적이다. 1에서 '나'는 신이 자리에서 숨어서 바위의 고통과 울음을 견뎌냈다. 그 '나'는 때로 '바위가 되어 말하기'와 '바위로서 말하기'의 발화로 바위와 함께 '바위 다시 보기'를 유도했다. 그 과정에서 다시 바위를 객체로 두고 참여하지 않는 '나'로서 다분히 노자적인 형상 빚기에 기여하기도 했다. 「바위 70」은 '나'의 '바위가 되어 말하기'에서부터 밧어나 보기'에 이르는 형이상학적 유영이 궁극적으로 드러내려는 의미를 현존하는 실체로 형상화한 시다. 이 시에서 '삭고 썩는 것'은 바위이자 '나'다. 이때 '나'는 바위이자 또한 바위가 아닌 '나'다. 객체와 주체의 융합인가 하면 분리다. 이는 때로 영뚱하고 때로 생뚱했으며 무수히 잃어오면서 그 상실로 살찌워온 시인의 시적 유영이자 삶의 유영을 닮았다. 『바위 가라사대』는 결국 '삭고 썩는 나'의 존재론적 증명으로서의 시다. (p. 시 128 · 131/ 론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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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여름(82)호 <신간 시집 뽑아 읽기-문효치 시집 『바위 가라사대』>에서

  * 박덕규/ 1980년『시운동』으로 시 부문 & 1982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평론 부문 & 1994년『상상』으로 소설 부문 등단, 시집『아름다운 사냥』『골목을 나는 나비』, 평론집『문학과 탐색의 정신』『문학공간과 글로컬리즘』, 소설집『날아라 거북이』『포구에서 온 편지』, 장편소설『밥과 사랑』『토끼전 2020』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