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김미연_시와 시론이 일치하는 시인(발췌)/ 원시(遠視) : 오세영

검지 정숙자 2021. 6. 13. 14:03

 

    원시遠視 

 

    오세영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바람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요한 나이,

  늙는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을 멀리 보낸다는

  것이다.

  머얼리서 바라다볼 줄을

  안다는 것이다.

      -전문-

 

  시와 시론이 일치하는 시인(발췌) _김미연/ 시인, 문학평론가

  부재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멀리 있어서 아름답다고 말한다. 멀리 있는 것이 삶이나 인생의 형식이라는 것일까? 이런 사색은 불가의 어떤 경지絶對知에 닿아 있거나 모순어법 같은 것이다. 아니 가톨릭적 관점, 곧 "눈에 보이는 것은 잠시 잠깐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가르침에 근리한 표현이라 하겠다. 그런데도 '사랑하는 사람'으로 호명하고 있다. 현실과 현실의 밖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바라봄'이다. (p. 시 85/ 론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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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여름(82) <현대시인열전 ⑨ 오세영 편>에서

  * 김미연/ 2015년『월간문학』으로 문학평론 & 2018년『월간문학』으로 시조 등단, 시집『절반의 목요일』, 평론집『문효치 시의 이미지와 서정의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