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한 그루의 긴 목/ 권이화

검지 정숙자 2021. 6. 13. 18:09

 

<2021, 제7회 시예술 아카데미상 수상자 대표시> 중

 

    한 그루의 긴 목

 

    권이화

 

 

  별이 뜬 날은 멀리

 

  창밖을 내다보는 어린 기린을 본다

  목이 긴 어린 기린 아름다운 기린일까

  내 방에서 자라는 한 그루 사과나무

  목이 긴 사과나무 아름다운 사과나무일까

 

  자꾸만 길어지는 너와 나 사이처럼

  별과 별 사이 목과 목 사이

  아름다운 거리가 흘러간다

 

  어느 거리에는 아직도 부화되지 않은 별이 숨어 있지만

  저 거리에는 페이즐리무늬가 아름다운 큰 별

  남국이 있다는데 남국으로 갈까

 

  언젠가 네게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작은 티티새가 붉은 바다를 칙칙폭폭 건너리라

  꿈꾸었듯이

 

  남국에서 익어가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

  한 그루의 너와 나 사이에 물을 주는 어린 기린을 길들이며

  새로 짠 페이즐리무늬가 아름다울 그곳에서 멀리

  이 창을 바라볼까

 

  거리거리 내 피가 흘러가는 페이즐리굽이에서

  나는 넘어지지 않고

     -전문-

 

   * 심사위원: 문효치  김추인  이채민  이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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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네르바』 2021-여름(82)호 <제7회 시예술아카데미상>에서

  * 권이화/ 2014년『미네르바』로 등단, 2016년 <한국문학방송> 신춘문예 당선, 시집『어둠을 밀면서 오래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