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
오승철
여름철
내 노동은
종 하나 만드는 일
보랏빛 울음을 문
종 하나 만드는 일
가을 날
소리를 참고
향기로나 우는 종
-전문-
▶ 사소 한 마리를 완두콩 다섯 알과 바꾼 오승철 시인/ 오승철 시인론(발췌) _박진임/ 문학평론가
소월은 노래한 바 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피는 꽃과 지는 꽃 사이에 개입하는 존재는 아무도 없다. 피는 것도 혼자, 지는 것도 또 그토록 조용히··· 너무 외로울까 봐 새 한 마리 그 곁에 등장할 뿐이다. 산에 산에 사는 작은 새요, 산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그토록 호젓이 피어나고 순명하듯 조용히 지고 마는 것, 산유화가 그려낸 고요의 세계가 그러하였다. 산에 피는 꽃 한 송이가 그런 사유화의 세계를 벗어나 어느덧 번잡한 사람 살이의 저자 거리로 몰려 나와 있었다면 이제 오승철 시인은 그 꽃을 다시 산 속 고요한 절간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한생을 바쳐 종 하나를 빚고 울음은 삼켜서 보랏빛 눈물을 이룬 채 소리도 없이 우는 종이 있다. 에밀레종의 전설을 뒤로 하고 향기로만 우는 종이 제주에 피어있다. 그 꽃의 이름을 야고라고 한다. (p. 시 216/ 론 228-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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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문학청춘』 2021-봄(47)호 <기획특집 | 한국단시조> 에서
* 오승철/ 1967년 제주 서귀포 출생,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조집『오키나와의 화살표』『터무니 있다』『개닦이』등
* 박진임/ 1964년 경남 통영 출생, 2004년『문학사상』 으로 평론 부문 등단, 저서『Vietnam War Narratives by Korean and American Wriers』(2007, Peter Lang), 천운영 소설(영역)『잘 가라 서커스Farewell, Circus』, 근간『Kaya Press』. 서울대 국문과-학사학위 취득, 동 대학원-석사학위, 미국 워싱턴 주립대-영문과 학사학위 쥐득, 오리건 주립대 비교문학-석박사 학위, 미국 시카고 대학교 박사후 과정 연구원, 스탠포드대학교풀르라이트 한국학 강의 교수, 남가주대학교 객원교수 역임, 현재 평택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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