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모는 약속을 지켰다/ 윤제림

검지 정숙자 2021. 6. 9. 02:28

 

    이모는 약속을 지켰다

 

    윤제림

 

 

  "······ 자리 잡으면 연락할게"

 

  먼 길 떠나는 사람들이 곧잘 던지고 가는

  이 약속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영 소식이 없으면 아직도 자리를 못 잡았거나

  아주 잊어버린 까닭이라 생각하자

 

  제법 잘 지켜지는 약속도 있다

  

  "······ 먼저 가보고 좋으면 부를게"

 

  삼 년 전에 저세상으로 간 언니가

  자꾸 부른다며, 엄마가 먼 길을 갔다

  혼자 갈 수 있다며

  언니가 마중 나오기로 했다며

  언니 집을 찾아갔다

 

  이모는 약속을 지켰다,

  좋으니까

  불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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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문학청춘』 2021-봄(47)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 에서

  * 윤제림/ 1960년 충북 제천 출생, 1987년『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삼천리호자전거』『황천반점』『편지에는 그냥 잘 지낸다고 쓴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