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에게
이승하
지구상의 인간이 성장을 외치고 있다
성장을 멈춰선 안 된다고
성장의 친구인 진보, 발전, 혹은 GNP
신과 동격인 그들
투자만이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식시장과 주식상장, 주가안정과 주가폭락
폭락 이후의 폭등 같은 인생,
보합세를 거쳐 안정세로 가는 인생을 난 꿈꾸었다
무서운 네이버와 카카오톡, 더 무서운 애플과 구글
똑똑한 사람들이 죄다 모인 실리콘밸리
월街에서 울려 퍼지는 복음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바로 여기?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라
신에 버금가는, 아니 신을 넘어서 빅데이터
인공지능도 만들었다 드론도 개발했다
행복해지고 싶다 무한정, 성장하고 싶다
-전문-
▶ 사랑의 언어로 쌓아 올린 두 가지 행복/ 시대를 읽다, 사회를 보다 : 이승하의 신작시(발췌) _권온/ 문학평론가
이승하의 어떤 시들은 시대의 징후를 포착하거나 시대의 핵심을 반영한다. 시인이 이번에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시들에는 오늘날의 시대와 사회가 담겨있다. '빅데이터에게'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이 시는 '빅 데이터(big data)' 곧 기존의 데이터베이스로는 수집, 저장, 분석 따위를 수행하기가 어려울 만큼의 방대한 양의 데이터에 주목한다. '빅 데이터'를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가장 큰 동력은 아마도 '인간'일 테다. 그러니까 이 시에는 '인간에게'라는 제목도 어울릴 수 있다.
시인이 집중하는 어휘로는 '성장' '진보' '발전' 'GNP' '투자' '주식' '주가' '폭락' '폭등' '보합세' '안정세' '네이버' '카카오(톡) '애플' '구글' '실리콘밸리' '월街' '인공지능' '드론' 등이 있다. 이들 어휘가 가리키는 방향에는 '경제經濟'가 있고 '부富'가 있으며, '기업企業'이 있고, '자본資本'이 있다. 이승하가 주목하는 영역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현대사회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성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인간에게 '성장'은 '신神' 또는 '구주救主'와 대등한 대상으로서 취급된다. '빅 데이터'는 '성장'의 첨단에 위치하는 적절한 예시가 된다. 현대사회의 '세태世態'를 절묘하게 포착하였다는 점에서 이 글은 「빅데이터에게」를 '세태시'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 (p. 시 201/ 론 20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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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간 『문학청춘』 2021-봄(47)호 <집중특집 3편 시> 에서
* 이승하/ 1960년 경북 의성 출생,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생애를 낭송하다』, 평전『진정한 자유인 공초 오상순』등
* 권온/ 1974년 서울 출생, 2008년『문학과사회』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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