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권온_사랑의 언어로 쌓아 올린 두 가지 행복(발췌)/ 등불 : 류미야

검지 정숙자 2021. 6. 9. 03:30

 

    등불

 

    류미야

 

 

  입김마저 쨍그렁, 깨질듯한 밤입니다

  수은주 영하 10도 한파 몰아친 세밑

  별들의 풍찬노숙을 계절 속 바라봅니다

 

  이 별이 글썽여 저 별 잠 못 이루는

  다정한 그 풍경을 무어라 부를까요

  저들 중 누구도 서로 밀어내지 않습니다

 

  그렇게나 먼 데서 눈을 찡긋거리며

  너 거기 있냐고, 나 여기 있다고,

  품에서 빛거울을 꺼내 아는 시늉합니다

 

  생각은 습관처럼 긍휼을 귀애하지만

  마음이 마음처럼 순해지지 않을 때

  어둠 끝 벼랑을 밝힌 별을 바라봅니다

     -전문-

 

  ▶ 사랑의 언어로 쌓아 올린 두 가지 행복/ 전통의 이름으로 삶을 사랑하다: 류미야의 현대시조(발췌) _권온/ 문학평론가

  연시조 형식의 현대시조이다.  총 네 개의 연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각의 연은 세 개의 행으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하나의 연을 구성하는 세 개의 행을 초장, 중장, 종장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1연 1행과 2행 또는 1연 초장과 중장을 보면 계절적인 배경과 시간적인 배경이 제시된다. '세밑'과 '밤'은 이 작품의 배경을 알려주는 결정적인 어휘이다. 1연 3행 또는 1연 종장을 보면 이 작품이 고시조의 전통에 부합함을 알 수 있다. "별들의 풍찬노숙"은 고시조 종장의 음수율 곧 3 · 5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류미야가 1연에서 주목하는 시적 대상은 '별(들)'이다.

  2연부터 '별'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시인은 '이 별'과 '저 별'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보여준다. 두 개의 별이 "누구도 서로 밀어내지 않"는 ""다정한 그 풍경"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3연에 이르면 '이 별'과 '저 별'은 '나'와 '너'가 되고, '여기'와 '거기'가 된다. 또한 빛나는 대상으로서의 별들은 '빛 거울'과 연결된다. 작품의 마무리로서의 4연에는 시적 화자 또는 시인이 내재되어 있다. 곧 시적 화자 또는 시인은 1행의 '생각'과 2행의 '마음'의 주체로서 활동한다. 3행은 현대시조의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별'을 수식하는 어구 "어둠 끝 벼랑을 밝힌"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은 따뜻하다. '별'은 삶을 긍정의 빛으로 밝힌다. (p. 시 189/ 론 208-209)

  

   ----------------

  * 계간 『문학청춘』 2021-봄(47)호 <집중특집 3편 시> 에서

  * 류미야/ 1969년 경남 진주 출생,  2015년 『유심』 으로 등단, 시집 『눈먼 말의 해변』

  * 권온/ 1974년 서울 출생, 2008년『문학과사회』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