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시인의 장례식/ 문정희

검지 정숙자 2021. 6. 9. 02:16

 

    시인의 장례식

    - 패스티시기법으로

 죽음은 시인을 지배하지 못한다; 딜런 토마스 

 

    문정희

 

 

  시인의 장례식은 없다

  시인이 죽고 난 후

  시인의 시가 사라질 때

  그때 시인은 죽는다고 한다

  시인은 장례식 없이

  광활한 망각 속으로 사라지거나

  책 속에 살아 있다

  시인의 장례식은 시간이 치른다

  시인은 사랑하고 분노하고 노래할 뿐이다

  어떤 시인은 영속永續에 대한 갈망으로

 

  서둘러 시비를 세우고

  기념관을 짓지만

  그런 시인일수록

  안타깝게도 목숨이 죽자마자 죽는다

  시인의 장례식은 없다

  아니 장례식을 한 후에도

  영롱하게 천년을 살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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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간 『문학청춘』 2021-봄(47)호 <문학청춘의 시와 시인> 에서

  * 문정희/ 1947년 전남 보성 출생, 1969년『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응』『나는 문이다』『다산의 처녀』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