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구두수선공_천서봉 시인에게/ 전영관

검지 정숙자 2021. 6. 7. 01:17

 

    구두수선공

    -천서봉 시인에게

 

    전영관

 

 

  열어보고 싶은 문이 많다는 듯

  벽면에 열쇠들이 가득하다

 

  문은 내부를 보장하지 않는다

 

  편마모된 뒤축이 뜯기는 집행장면을

  무언가 기대하며 구경했다

  가로정비사업에 여기가 뜯길 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타인의 불행과 비교하면서

  자신을 위로하는 방식이었다

 

  출근 시간에 발 벗고 기다리다가

  죄 없이 쫓기던 동독의 밀입국자인 양

  찰리 검문소*를 떠올렸다

  수선 없이 닦아나 주겠다는 검문을 통과하고

  합법적으로 불공평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몸이 연금인 그는

  천국과 지옥의 국경에서 구두를 수선할 것이다

  이승을 떠나서도 펜이라는 망치를 놓지 못하겠지

  새 구두 신고 후생에 엎질러질 불운을 퇴고하겠지

 

  구두마저 기울어진 나에 비해서

  그의 뒤축은 어떻게 닳았을까

  종일 앉아있으니 새것처럼 반듯할까

  문장에 시달리다가

  낮은 천장을 모시느라 척추가 굽었겠지

 

  직육면체 치료소가 거리를 지키고 있다

  구두만 보다가 생의 바닥까지 읽는

  공중보건의가 대기 중이다

      -전문-

 

   * 동서베를린 사이에 있었던 동독 입국 검문소(Checkpoint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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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전영관/ 2011년『작가세계』로 등단, 시집『슬픔도 태도가 된다』『바람의 전입신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