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식
-문정영 시인에게
이사동
감정이 송사리 꼬리를 잡고 있습니다
제발 도망친 내 갈증의 행방을
찾을 수 있기를
물안개가 손끝에서 짜릿합니다
물고기 숨소리만 들어도
목이 타는 까닭은 강물의 장난
낱말 잃은 문장이 나를 안고 장난을 칩니다
숨을 곳이 없는 절경이 하늘을 치어다보고 있습니다
낯선 금요일 잉크 그만큼 꽃들의 이별법
꽃이 핀 골짜기에 밑줄 그어 흰색을 지우고
도망친 내 갈증이 여기 있나
지느러미는 두리번거려야 물밑으로 가라앉지 않겠지요
목마른 기억이 무심코 흘러가며 수면을 지워 버립니다
두레박은 꼭 안고 있으세요
그것마저 없으면 갈증은 영영 찾을 수 없다고
감기는 눈을 뜨게 한
육식 동물이 우글거리는 세상이라
돌 던질 줄 모르는 사람
눈총도 쏠 줄 모르는 사람
초식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
억새로 되새김질해 저버릴 수도 없습니다
드디어 몸 비트는 환유에 이르러
그 사람이 건네주는 부평초로 지느러미 바꿔 강을 건너갑니다
---------------------
* 『시와사람』 2021-여름(100)호 <100호 기념특집/ 시인이 시인에게>에서
* 이사동/ 2007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물렁한 통증』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구두수선공_천서봉 시인에게/ 전영관 (0) | 2021.06.07 |
|---|---|
| 강영은 시인/ 이우디 (0) | 2021.06.07 |
| 스윙 댄스*_시인 최정례에게/ 이경림 (0) | 2021.06.06 |
| 오태환/ 서동균 (0) | 2021.06.06 |
| 구재기 시인, 혹은 솔 한 그루/ 배세복 (0) | 2021.06.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