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권경아_부정의 정신과 원시 기원의 순수성(발췌)/ 사코리투스 코로나리우스* : 이건청

검지 정숙자 2021. 6. 3. 15:06

 

    사코리투스 코로나리우스*

 

    이건청

 

 

  한밤 오리나무 가지에 앉아

  뒷산을 흠씬 적시며 우는 소쩍새도,

  묵호항 어판장 플라스틱 통 속의 

  참가자미나 등뼈오징어도,

  시나이 사막의 사막여우도,

  세렝게티의 하이에나,

  보아구렁이,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한민국 법무부장관 추미애,

  그리고, 시인 이건청 모두,

  한 조상의 자식.

 

  5억4천만 년 전,

  몸의 반쯤이 입이었던,

  입이 배설구이기도 했던,

  1밀리 원시 동물의 · · ·.

     -전문-

 

  * 5억4천만 년 전에 살았던 지구 위 모든 동물의 공통조상. 입이 ㅂ배설구이기도 한 1㎜의 생명체 미세 화석이 중국에서 발견되었으며, 전자 현미경으로 찍은 이 미세 생명체의 확대사진이 있다(앤 두루얀『코스모스』P.265)  

 

  

  ▶ 부정의 정신과 원시 기원의 순수성(발췌) _ 권경아/ 문학평론가

  가장 원시적인 생명 활동만을 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코리투스 코로나리우스는 "몸의 반쯤이 입이었던, 입이 배설구이기도 했던, 1밀리 원시 동물"이다. 몸에 비해 커다란 입을 가지고 있었으며 음식을 섭취하고 그 결과로 만들어지는 노폐물을 다시 배출하는 원시적인 방법이었을 것이라고 연구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1980년판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이후 40주년 기념 후속판으로 출간된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는 최근 중국에서 미세 화석으로 발견된 5억 4천만 년 전의 생명체 사코리투스 코로나리우스를 겨우 1㎜ 크기이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인간과 다른 동물을 잇는 가장 오래된 공통 선조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서 앤 드루얀이 펼쳐 보이는 과학의 세계관은 '모든 것은 하나다'이다. 오랜 시간의 궤적을 추적하며 깨닫게 된 이러한 인식은 '만물은 하나다'를 주장했던 헤라클레이토스의 발언을 생각나게 한다. 헤라클레이토스는 비록 변화하는 세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조화의 원리인 '로고스(logos)'에 귀를 기울이라는 맥락으로 발언하고 있지만 '만물은 하나다'와 함께 '만물은 움직이고  있어 무릇 모든 것이 머물러 있지 않는다. 사람도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간 수 없다'는 그의 유명한 문구에서 보듯 만물은 변화 생성을 거듭하며 유전流轉하고 있다. 원시 생명체의 흔적을 통해 시인이 이르고 있는 인식 또한 이에 다다른다. (p. 시 99/ 론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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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1-봄(89)호 <신작소시집_귀향시편) /작품론>에서

   * 이건청/ 1967년 ⟪한국일보⟫로 등단, 시집『곡마단 뒷마당엔 말이 한 마리 있었네』『굴참나무 숲에서』『소금창고에서 날아가는 노고지리』등, 

   * 권경아/ 2003년『시와 세계』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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