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심인(心印)/ 강영은

검지 정숙자 2021. 5. 31. 02:53

 

    심인心印

 

    강영은

 

 

  휘파람새 소리는 누군가를 데려가

  심장 안쪽에 가장 아픈

  발자국 소리를 넘긴다는데

  휘파람새 소리를 좇아가던 누군가

  허공에 발자국 찍는가보다

  오지항아리 뚜껑에 움튼 물별처럼

  저문 하늘에 별 돋는 소리

  숭늉 그릇 받쳐 들고

  혼자 밥 먹는 저녁

  허기진 당신이 다시 돌아오나 보다

  파르라니 번지는 물별이끼처럼

  내 마음의 빗장 잡아당기는 소리

  언젠가 들었던 휘파람 소리처럼

  휘파람새 소리는 녹슬지도 않나 보다

  속잠 속에 든 눈꺼풀을 젖히면

  두근거리는 심장에 콕 박혀 있는

  붉은 두 입술, 당신과 나만 아는

  바닷가 모래톱에 다다른 듯

  시간은 사라져도 입술은 남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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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 2021-봄(83)호 <신작시>에서

   * 강영은/ 2000년『미네르바』로 등단, 시집『녹색비단구렁이』『최초의 그늘』『상냥한 시론』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