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포스트 휴먼/ 김지녀

검지 정숙자 2021. 6. 3. 14:15

 

    포스트 휴먼

 

    김지녀

 

 

  시를 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간 노동의 종말을 예측하는데 이주 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에서 죽은 후에 발견된다

  내가 쓴 시는 이주 노동자가 읽지 못하는 소수어

  소수 중의 소수만이 읽는

  시를 위해 종일 시간을 쓴다 지금은 인간은 더 행복해질 것인가?

  이 거대한 질문을 하는 책을 읽고 있다 그런데 고독함과 무력함을 떨쳐버릴 수 없는 건 왜일까? 이 근본 없는 질문에 어느 철학자는 또 진지해지겠지

  여기저기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시회경제 정책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잘 알고 있다 종이책을 사 읽는 습관은 퇴보이고 낭만이고 향수에 불과하다 그러나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내 소수어들은 진보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소수의 세계가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더듬대고 있다

  스마트한 기계들로 바꾸고 시를 쓰는 지금

  빙하는 계속 사라지고

  3미터 높이로 눈이 쌓인 일본의 시골 마을에서는 눈을 치우는 노동이 한창이다 그러나 내가 어제 한 노동은 경제적 부를 축적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 관련된 국제뉴스를 보았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시를 쓰고 있다 혼자 쓰고 혼자 읽는 시를 여러 편

  잘 팔리지도 읽히지도 않지만

  누구나 쓰지 않는 시를

  나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고 말하면 개가 씹다 버린 돼지 귀처럼 나는 하찮아질까? 이 생각에

  창문을 열며 아 추워하고 닫는 지금은 한파가 계속

  지금 쓴 시는 여름까지 냉기를 품고 견디어주길 얼음 녹듯

  나의 소수어

  소수적인 걸음걸이

  나의 손가락이 로봇처럼 기계적으로 움직여

  마지막 문장부터 쓰기 시작한 오늘의 시는 사라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4차 산업혁명으로

  생활은 최적화 시스템 속에서 나날이 진화되어 간다

  그럼에서 어선은 전복되고

  젊은 노동자들이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정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나는 국화처럼 시를 접어 책상 위에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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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1-봄(89)호 <신작소시집>에서

   * 김지녀/ 2007년『세계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시소의 감정』『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