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품
정겸
중년을 훌쩍 넘긴 사내가 색 바랜 이력서를 들고
재활용품통 옆에서 무엇인가를 골똘히 쳐다보고 있다
누군가 버리고 간 깨진 화분
화분에 그려진 진경산수화 문양만이
한때 그의 삶이 고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람막이 없는 훼손된 화분 속에서
동양란 한 촉 흔들리고 있다
버릴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
미련 없이 돌아선다
발걸음은 그 자리에 굳어 있고
왠지 혼란스럽고 뒷머리 켕긴다
언젠가 나 역시 저렇게 버려질 것이다
다시 돌아가 자세히 살펴보는 순간
바람에 떨고 있는 한 촉의 난
푸른 꽃대 올리며 버티고 있다
수잉기에 들어선 줄기 통톻하다
손바닥 위에 살짝 올려 자세히 살펴본다
아뿔사, 귀하디 귀한 제주산 한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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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1-봄(83)호 <신작시>에서
* 정겸/ 2003년『시사사』로 등단, 시집『궁평항』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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