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달, 도둑에게
김성춘
한 선사께서 산속 오두막에 홀로 사셨다. 보름달이 뜬 가을 밤 오두막에 도둑이 오셨다. 도둑이 가져갈 만한 것은 담요 한 장뿐, 선사께선 걱정이 되셨다.
담요는 선사께서 몸에 두르고 계셨기 때문에, 담요를 문 옆에 걸어둔 채 몸을 숨기셨다. 어둠 때문에 도둑은 담요를 볼 수 없었다 실망한 도둑이 방을 나가려고 할 때
선사께서 소리쳤다
-기다리시오! 담요 가져가시오!
도둑은
얼른, 담요만 집어 들고 산 아래로 뺑소니쳤다
그날 밤
보름달 휘영청, 창가에 두고
선사께서 詩를 쓴다
- 참, 황홀한 달이구나
저 달
도둑에게 주었으면*
-전문-
* 김기식 에세이, 「삶이 메시지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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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시학』 2021-봄(89)호 <신작시>에서
* 김성춘/ 1974년『심상』으로 등단, 시집『물소리 천사』『아무리 생각해도 먼 곳이 가까웠다』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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