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산책/ 김조민

검지 정숙자 2021. 6. 3. 15:35

 

    산책

 

    김조민

 

 

  우리를 통과한 오래된 길을 걷는다

 

  그 봄날 부풀어 오르던 가슴을

  발자국으로 세어본다

  보폭을 짧게 참아 본다

  어디까지가 아름다웠던 걸까

 

  발끝으로 깊어지는 그대에게 가는 길

  흐려지는 시야엔 흩날리는 그대와 나의 날들이

  가을 이파리 따라

  허공의 손짓을 그려내고 있다

 

  어서 오라는 듯

  어서 가라는 듯

 

  어디가 앞이고 어디가 뒤일까

  서로 이마를 맞대면 그대와 나는 앞이고 뒤였는데

  그대가 만져주던 그대 앞의 이마를 가만히 만져 본다

 

  찬 이슬이 맺히는 가을 산길

  앞서가는 짧은 산 그림자를 그대처럼 쫓아가며

  그대가 잠겨있는 만추의 풍경 속으로

  나의 숨결 하나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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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시학』 2021-봄(89)호 <신작시>에서

  * 김조민/ 2013년『서정시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