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편竹篇
서정춘
여기서부터, 멀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
푸른 기차를 타고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백 년이 걸린다
-전문-
▶ 서정의 운명_서정춘 시에 대하여(발췌) _ 남기택/ 문학평론가
1968년에 등단한 시인이 1996년이 되어서야 묶은 첫 시집『죽편』은 문단에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관련된 제반 사항이 있었겠지만, 제도화된 문단 세태에 비추어 근 30년 간의 숙성은 문학적 염결함을 상징하는 드문 실천이자 문학사적 사건이었다. 그렇게 「죽편竹篇, 1 여행」은 하나의 기념비가 되었다. "여기서부터, 멀다"처럼 주술적 거리로부터 출발하는 이 작품에는 "백 년이 걸"리는 "푸른 기차"의 여정이 각인되어 있다. "칸칸마다 밤이 깊은"과 같은 짧은 언어 구성물 속에 굵은 마디와 적멸의 내부라는 대竹의 물성을 인생 여정과 절묘히 결합시켰다. 대나무를 소재로 한 시편들 중에 이처럼 강렬한 인상도 드물 것이다. 오랜 여운을 통해 미적 거리가 반복됨으로써 시가 함유하는 생성의 정수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국면이 아닐 수 없다. (p. 시 23/ 론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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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현실』 2021-봄(83)호 <특집 집중소명/ 자선시/ 시인론>에서
* 서정춘/ 1941년 전남 순천 출생, 1968년 ⟪신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동화출판사 28년 근속, 시집『죽편』등
* 남기택/ 1999년『작가마당』& 2007년『현대시』문학평론 부문 등단, 평론집『지역, 문학, 로컬리티, 』『제도 너머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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