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눈물의 빙하기/ 박미영

검지 정숙자 2021. 5. 30. 03:03

 

    눈물의 빙하기

 

    박미영

 

 

  눈동자는 남극에 있다

  울음의 자전축 끝, 극과 극 중 한 곳에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지만 스스로는 볼 수 없는 눈동자 안

  그곳에 아이스퍼시라는 투명물고기가 산다

  피도 비늘도 없는, 목소리조차 없는

 

  슬픔은 슬픔을 알아보고 뭉치거나 쌓인다

  얼음 위에 얼음이 얼고 만년설 위에 또 눈이 내린다

  어설프게 해빙이라는 발로 위로하지 말라

  한 점 온기만으로도 쩍쩍 갈라지며 무너지는 빙벽

  한 번 깨진 눈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고

  유빙은 결빙보다 더 아프다

 

  울음주머니마저 봉인한 투명물고기

  부레가 없는 물고기에게 극과 극의 슬픔이란

  두 눈동자 사이의 거리가 닿을 수 없는 것

  나는 나와 가장 멀다

  그래서 오늘도 눈물 없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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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현실』)2021-여름(83)호 <신작시> 에서 

   * 박미영/ 2013년 『시와시학』 신인상 & ⟪경상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문 당선, 저서『신발論』『꽃사전』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