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나방 외 1편
박성우
아내가 겉보리 한 자루를 사 왔다
아직 방아를 찧지 않은 것인데
베란다 화분에 심어 키워서는
새싹비빔밥도 해 먹고
보리된장국도 끓일 거라며 들떠 있었다
저러다 말겠지, 아내는 제법
근사한 직사각형 화분까지 새로 들였다
겉보리를 심고 물을 주는 아내의
뒷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 보였다
자르지 말고 그냥 키우면 안 될까,
몇 번인가 나는 아내가 해주는
새싹비빔밥을 말끔히 비웠고
보리된장국을 뚝딱 해치우기도 했다
어디서 이런 게 날아 들어왔지,
늦은 밤 비명을 지르는
딸애 방에 들어가 보니
나방이 침대 위로 날고 있었다, 딱!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방이
삼삼오오 떼를 지어 날아다녔고
나방의 근원지를 찾아내야만 했다
아 여긴가? 베란다 구석에 있던
보릿자루 안쪽은 나방의 천국이었다
자루를 그대로 눌러 닫은 나는
그것을 냉동실 안쪽에 욱여넣어
나방 천국의 열기를 아주,
식혀주지 않을 수 없었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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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나방
그냥 쌀이 아니라고 했다
아내는 어디선가
십 킬로짜리와 이십 킬로짜리 쌀을
두 포대나 베달시켰다
일체 약도 안 하고 키워서
몸에도 좋고 밥맛도 좋을 거라는
아내의 말은 맞았다
수수와 조를 섞어 지은 밥은
여간 맛이 좋은 게 아니어서
쌀 한 포대를 금방 비웠다
한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한동안 사라졌던
나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해서
두 번째로 개봉해 먹고 있던
쌀을 휘저으며 살펴보니
어린 쌀나방 한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무농약 쌀이 맞긴 맞나보네,
내 검지를 타고 오른 쌀나방은
식탁쪽으로 씩씩하게 날아오르며
아무런 해가 없는 좋은 쌀이라는 걸
몸소 증명해 보여주기까지 한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문득 나는 나방을 먹고 사는
작은 새 한 마리를 키우고만 싶어진다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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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박성우/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거미』『가뜬한 잠』『웃는 연습』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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