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휠체어/ 김기화

검지 정숙자 2021. 5. 25. 19:04

 

    휠체어

 

    김기화

 

 

  그 남자의 다리가 둥글다

  은빛 동력에 몸을 맡긴 평생

  은륜의 궤적이 맨땅을 핥는다

  누름 장치 하나로 육신을 굴리는

  저 완강한 근성을 본다

 

  대형 트럭과 접촉사고 후

  달려들던 바퀴를 외면하다

  그의 이력은 거북이 등껍질이 되었다

  행여 힘이 기울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곤두박질치는 바퀴의 본성

  필생의 중심으로 길을 냈으리라

 

  그 남자 통각의 기억마저 둥글다

  가끔 직립의 습성이 지배를 하는가

  바짓단 속 환상통을 앓는다

  발바닥이 아프다 두 무릎이 발인데

  네모와 세모가 날을 세워 파고든다

  동그라미는 그를 세우는 법칙이 되었다

 

  하루 치의 골목을 누비던 수레바퀴가

  지문 닳도록 세상을 밀고 간다

  철컥, 바닥을 할퀴듯 일시 정지하는 소리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조율인 듯

  하늘과 땅과 평행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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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김기화/ 충북 청원 출생, 2010년『시에』로 등단, 시집『아메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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