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김기화
그 남자의 다리가 둥글다
은빛 동력에 몸을 맡긴 평생
은륜의 궤적이 맨땅을 핥는다
누름 장치 하나로 육신을 굴리는
저 완강한 근성을 본다
대형 트럭과 접촉사고 후
달려들던 바퀴를 외면하다
그의 이력은 거북이 등껍질이 되었다
행여 힘이 기울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곤두박질치는 바퀴의 본성
필생의 중심으로 길을 냈으리라
그 남자 통각의 기억마저 둥글다
가끔 직립의 습성이 지배를 하는가
바짓단 속 환상통을 앓는다
발바닥이 아프다 두 무릎이 발인데
네모와 세모가 날을 세워 파고든다
동그라미는 그를 세우는 법칙이 되었다
하루 치의 골목을 누비던 수레바퀴가
지문 닳도록 세상을 밀고 간다
철컥, 바닥을 할퀴듯 일시 정지하는 소리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조율인 듯
하늘과 땅과 평행으로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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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김기화/ 충북 청원 출생, 2010년『시에』로 등단, 시집『아메바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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