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장터 할머니/ 정성권

검지 정숙자 2021. 5. 25. 19:34

 

    장터 할머니

 

    정성권

 

 

  보름 전

  구례장 노상에서 만난

  오이 파는 할머니

  오천 원어치 사는데

  오이를 듬뿍 얹어 주었다

 

  눈가에 맺힌 세월의 줄무늬

  많이 줘야제

  정다운 말투

  밝은 미소는 덤으로

 

  나는 그동안

  마음의 근육을 키운다고

  생각의 뼈대를 세운다고

  책도 읽고 글도 썼다

  어느 날 내 인생이 비틀거릴 때

  지탱해줄 지팡이가 될 것이므로

 

  하지만

  책 한 권 읽을 틈 없이

  눈물은 남몰래 부뚜막에서나 흘리며

  모진 세월을 씩씩하게 착하게

  살아온 노점 할머니

  내가 더 나은 것은 무엇인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 얼굴이 노을보다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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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정성권/ 전남 순천 출생, 2020년『사람의깊이』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