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비우고 있다
전무용
텔레비전 전축 선풍기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식탁 식탁 의자 제사상
인덕션 마사지기 러닝머신 자전거
아름다운 그림 액자에 멋진 도자기까지
살림들이 하나둘 성광빌라를 빠져나갔다
누군가 도착해서는 빌라 입구에서 전화하고
누군가 물건을 가지고 내려와 내주었다
시아버지 쓰시던 건데 상태 좋아요
오늘은 살림들이 내려와 골목에 쌓이고 있다
장롱 이부자리 옷걸이 책상 의자 소파
아까워서 눈길이 가는 쓸 만한 물건들이
이삿짐이 아니라 쓰레기로 쌓이고 있다
쓰레기 폐기물 표 붙여야 해요
그냥 내놓으시면 안 가져가요
마을 통장인지 이웃인지
누군가가 둘러보며 참견을 한다
집을 통째로 털어내 비우는 모양이다
시어머니가 먼저 떠나셨나
시아버지가 숟갈 놓으셨나?
압력밥솥 그릇 수저들까지 쓰레기로 쌓인다
-------------------
*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전무용/ 충북 영동 출생, 1983년『삶의문학』으로 등단, 시집『사랑이 뛰노는 학교를 꿈꾼다』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휠체어/ 김기화 (0) | 2021.05.25 |
|---|---|
| 공전/ 김명철 (0) | 2021.05.25 |
| 신의/ 정숙자 (0) | 2021.05.25 |
| 전형철_창백한 푸른 점 하나, 6시에는(발췌)/ 가만히 바라보면 : 한용국 (0) | 2021.05.24 |
| 열세 살의 셀파/ 심은섭 (0) | 202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