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신의/ 정숙자

검지 정숙자 2021. 5. 25. 01:28

 

    신의

 

    정숙자

 

 

  바닷물의 밑동은 구름일 거야. 바위일 거야. 폭포일 거야. 빗물일 거야. 우물일 거야. 빗발일 거야. 이슬일 거야. 눈물일 거야.

 

  그 줄기들 어찌어찌 흘러 개울이 되고. 시내가 되고. 강물이 되고. 맺히고 풀리다가 운명적으로뒹굴다 꺾이다 여위다 결국.

 

  바다가 된 이상. 바닷물이 된 이상. 이상과 이상. 이성과 이성. 이제는 놓아 보내자, 오래 가둔 슬픔도 하늘 멀리 밀어 보내자.

 

  일사불란 푸른 물보라. 대나무숲 바람을 깨워, 조선소나무 밭 서릿발도 단단히 끼워 철썩~ 철썩~ 순식간에 허공에 지핀 한마디.

 

                 #

 

  ‘썩지 말라’, ‘썩지 말라

  산소 한 모금 남겨 주고자

  파도는 오늘도 저리   산화

 

   -------------------

  *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