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정숙자
바닷물의 밑동은 구름일 거야. 바위일 거야. 폭포일 거야. 빗물일 거야. 우물일 거야. 빗발일 거야. 이슬일 거야. 눈물일 거야.
그 줄기들 어찌어찌 흘러 개울이 되고. 시내가 되고. 강물이 되고. 맺히고 풀리다가 운명적으로… 뒹굴다 꺾이다 여위다 결국.
바다가 된 이상. 바닷물이 된 이상. 이상과 이상. 이성과 이성. 이제는 놓아 보내자, 오래 가둔 슬픔도 하늘 멀리 밀어 보내자.
일사불란 푸른 물보라. 대나무숲 바람을 깨워, 조선소나무 밭 서릿발도 단단히 끼워 철썩~ 철썩~ 순식간에 허공에 지핀 한마디.
#
‘썩지 말라’, ‘썩지 말라’고
산소 한 모금 남겨 주고자
파도는 오늘도 저리 산화
-------------------
* 『시에』 2021-여름(62)호 <시에 시>에서
* 정숙자/ 전북 김제 출생, 1988년『문학정신』으로 등단, 시집『뿌리 깊은 달』『열매보다 강한 잎』『하루에 한 번 밤을 주심은』『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등, 산문집『밝은음자리표』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공전/ 김명철 (0) | 2021.05.25 |
|---|---|
| 집을 비우고 있다/ 전무용 (0) | 2021.05.25 |
| 전형철_창백한 푸른 점 하나, 6시에는(발췌)/ 가만히 바라보면 : 한용국 (0) | 2021.05.24 |
| 열세 살의 셀파/ 심은섭 (0) | 2021.05.23 |
| 병원/ 채길우 (0) | 2021.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