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 있는 나무
박헌규
저 누워 있는 나무는 뽑힌 나무인가, 심겨질 나무인가
누워 있는 나무는 누워 있는 나무로 돌아가고
나는 나로 돌아가는 나를 바라본다.
이 양광에 얼굴이 나무 위로 비치고 또 비치고
이 양광은 구름 뒤로 숨는다. 어느새 보도블록은
다 깔리고 벽돌을 건네던 인부는 어디로 갔나.
나무는 누워 있는 나무를 바라본다. 나는 태양은
자루를 풀어 나무를 이 음악을 바라본다.
나를 듣는 음악이 나무를 바라보는 것이다.
나무가 심겨질 땅도, 나무가 뽑힌 땅도
발목을 덧대고 바 테이블 유리창에 떠 있다.
나무는 발목을, 뿌리가 발목이라면
뿌리가 둥근 저 흙덩이가 발목들이라면
그 위에 발목 대신 자루를 얹고 누워 있더라.
나무가 누워 있는 저 나무가 무슨 화학식 같고
세상에 없는 원소 같고 일란성쌍둥이 같고
보도블록에 놓인 흘러가는 물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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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 2021-봄(44)호 <이 시인을 묻는다/ 자선 근작시> 에서
* 박헌규/ 2007년『현대시』로 등단, 시집『메모중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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