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이규식_가본 곳, 가보지 않은 곳...(발췌)/ 차마고도 : 고경자

검지 정숙자 2021. 5. 18. 18:03

 

    차마고도

 

    고경자

 

 

  순례자의 탑돌이를 지나 야크가 걷는 속도로

 

  뜨거운 시간이 흐르고 있다

 

  시작과 끝을 이은 아득한 먼 길

 

  타르쵸 무명천 깃발이 손짓하는 천상

 

  하늘에 남겨 놓은 비행운 따라 마방 사람들이 걷는다

 

  아버지 늑골에서 란창 강물이 흘렀을 협곡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인류가 지났을지도 모를

 

  되새김질하는 낙타의 눈물이 증발하고 있다

 

  잔도에 빛나는 붉은 속살 뭇별들 성호를 그으며 떨어지고

 

  홍염을 얻으려 등짐을 진 마방 사람들 설산을 넘는다

 

  지구가 흘리고 간 마법의 길

 

  몇 겹의 전생을 이은 아득한 나라 차마고도

       -전문-

 

  ▶가본 곳, 가보지 않은 곳을 상상한다_고경자 시와 이국취향 (발췌) _이규식/ 문학평론가

  이국취향을 시에 도입하여 거기서 모티브를 확대하여 색다른 감성의 시작품을 창작하는 작업은 단순한 현실탈피나 제재의 확산, 독특한 분위기 생성 같은 의도에 그치지 않는다. 나날이 세계가 좁아지고 지구 반대편 지역의 소식과 현실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이즈음 시에서의 이국취향 확대는 불가피한 과제로 간주된다. 시가 그 시대의 현실을 민감하게 반영하고 나아가 삶과 존재의 진로를 조망하는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그 과정에 있어 종전 우리 시에서 흔히 보여 주었던 것처럼 색다른 문물의 피상적이고 단순한 피력이거나 시 소재 고갈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에 그칠 수는 없다. 우리와 다른 시간과 공간을 묘사함으로써 거기서 도출되는 보편의 가치를 확인하고 노래하는 일이 중요하다. (p. 시 96-97/ 론 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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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 2021-봄(44)호 <시인해부/ 신작시/ 평론>에서

   * 고경자/ 제주 출생, 2004년『문학시대』로 등단, 시집『채색의 구름 등』『도시의 거울』『석양에 걸린 바다』(공저, 한일문화교류 합동 시집)

   * 이규식/ 문학평론가, 문학평론집『시인의 눈길 시인의 숨결』등 저서와 역서 34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한양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