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유고작>
즐거운 복사꽃
홍성란
돌아오지 않으리,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우줄거리는 섬강 물 위에 뜬 복사꽃잎 맑을 것도 없는 물결 더불어 웃으며 돌아오지 않으리, 병든 어미 벌판에 버리고 죽은 아비 땅 속에 묻고 어느 기슭에 닿았는지 어디 떠가는지 아무도 모를 행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오직 하나 즐거움이여 어제의 꽃잎이여, 흐느끼는 강물 물 위에 뜬 영원의 껍데기, 늑대별이거나 개밥바라기이거나 어느 별에도 닿지 않으리 어미 아비 잊어버리고
나 죽어
아무도 모를 거처,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
-전문-
▶시조 읽기의 즐거움(발췌) _이승훈/ 시인(1942-2018, 76세)
섬강에 뜬 복사꽃을 노래하는 시. 그러나 초장 · 중장 · 종장이 모두 '돌아오지 않으리'로 반복되고 이런 고백은 물론 복사꽃의 독백이고 이 꽃에 시인의 정서가 투사된다. 2부에 비하면 3부에서는 다소 절제가 풀린다. 그만큼 시인의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그 무수한 말들을 요약하면 무, 죽음의 세계이고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어조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생에 대한 비탄이고 한이고 원통함이다. 그러므로 '맑을 것도 없는 물결'과 더불어 웃으며 돌아오지 않겠다는 다짐은 처연할 정도다. 물 위에 웃으며 떠가는 복사꽃이 아이러니가 아니라 정서의 공간에 머무는 것은 시인의 마음이 유와 무, 존재와 부재, 정착과 흐름, 생과 사를 대립적으로 사유한 결과인지 모른다. (p. 시 31/ 론 31-32)
------------------------
* 『예술가』 2021-봄(44)호 <이승훈 유고작>에서
* 이승훈/ 시인, 한양대 명예교수, 1942년 박목월 시인 추천으로『현대문학』에「낮」외 2편 발표, 시집 『사물 A』『환상의 다리』『당신의 방』『너라는 환상』『밝은 방』『인생』『비누』『이것은 시가 아니다』『화두』『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다』, 시론집『시론』『모더니즘 시론』『포스트모더니즘 시론』『한국모더니즘시사』『한국현대시론사』『탈근대주의이론-과정으로서의 나』『선과 기호학』『아방가르드는 없다』『신과 하이데커』등, 현대문학상, 한국시협상, 시와시학상, 이상문학상, 암해문예대상 등 수상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누워 있는 나무/ 박헌규 (0) | 2021.05.18 |
|---|---|
| 이규식_가본 곳, 가보지 않은 곳...(발췌)/ 차마고도 : 고경자 (0) | 2021.05.18 |
| 침묵/ 이학성 (0) | 2021.05.18 |
| 김덕근_ 걸림 없이 텅 빈 모습으로...(발췌)/ 의림지의 노송들 : 박효석 (0) | 2021.05.16 |
| 고봉준_ 근대의 바깥을 사유하는 한 가지...(발췌)/ 겨울 골짜기 :황규관 (0) | 2021.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