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이학성
그는 천천히 어깻죽지의 날개를 제거했다
그로써 갈망하던 대로 착지를 얻었다
다음으로 그는 팔과 다리를 분질러 부동을 취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기에
기어이 눈을 찔러 멀게 하고
입과 코와 귀마저 샐 틈 없이 봉해 버리자
비로소 오감에 휘둘리지 않는 의지가 그를 껴안았다
그가 바란 궁극이 그것이었으니
그의 선택이 옳다 그르다 우리가 관여하거나
판별하기는 적절치도 않거니와
이젠 그가 자유로이 허공을 떠돌던 영혼임을 알지 못한다
단지 그가 오래된 신비로운 언어를
마침내 터득했음을 감지할 따름이어서
제대로 알아들을 이가 고작 몇몇일까 마는
지나가며 바위에 쫑긋 귀를 댔다가는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다.
--------------
* 『예술가』 2021-봄(44)호 <예술가 신작시> 에서
* 이학성/ 1990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여우를 살리기 위해』『늙은 낙타의 일과』등
'잡지에서 읽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규식_가본 곳, 가보지 않은 곳...(발췌)/ 차마고도 : 고경자 (0) | 2021.05.18 |
|---|---|
| 이승훈_시조 읽기의 즐거움(발췌)/ 즐거운 복사꽃 : 홍성란 (0) | 2021.05.18 |
| 김덕근_ 걸림 없이 텅 빈 모습으로...(발췌)/ 의림지의 노송들 : 박효석 (0) | 2021.05.16 |
| 고봉준_ 근대의 바깥을 사유하는 한 가지...(발췌)/ 겨울 골짜기 :황규관 (0) | 2021.05.16 |
| 아버지 제사/ 김개미 (0) | 2021.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