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림지의 노송들
박효석
백 년 가까운 세월을
몸속에 나이테 두르듯 칭칭 감은 노송들이
허리를 잔뜩 구부린 채
의림지의 수면에 귀를 대고는
무슨 얘기를
그리도 오랜 세월 듣고 있는지
의림지의 얘기를 들어주는 세월이 깊어질수록
노송들의 품경의 향이
한층 깊이를 더해가는데
바람이 울어
수면이 출렁일 때면
의림지의 얘기를 더 잘 들어 주려는지
귀를 맑게 씻고 있는 노송들
-전문-
▶ 걸림 없이 텅 빈 모습으로 하늘을 닮은_제천 의림지(발췌) _김덕근/ 「충북작가」편집위원
노송은 의림지의 오랜 도반입니다. 제 몸을 낮추어 물 가까이 다가가서 물의 이야기를 들어주니까요. 이제 지칠 만도 한데 바람이 불 때면 더욱 오체투지하듯 제 몸 내어주니 노송의 향기는 깊을 수밖에요.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있는 눈 밝은 사람들이 제림을 다녀가 심신이 여여해지는 순간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둑 위 여러 누각과 정자가 있었다 하는데, 호수의 경관과 용추폭포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했을 거라 짐작해 봅니다.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지만 진섭헌振屧軒, 임소정臨沼亭, 호월정湖月亭, 청폭정聽瀑亭 등의 누각이 있어 시인 묵객을 맞이했습니다. 소나무 또한 남쪽 제방에 모여있는 것을 보면 전망과도 무관하지 않은 듯합니다. 노송의 나이를 짐작해본다면 몇 차례 식재를 한 듯 보입니다. 제림의 소나무는 여느 지역과 다른 포즈로 서 있습니다. 특히 물가의 굽은 소나무는 의림지 소나무 아이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고鶴皐 선생도 '큰 소나무 늙어도 넘어지지 않으니/ 하늘 같이 큰 집 괼 수 있네'라 할 정도니까요. (p. 시 252/ 론 25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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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딩아돌하』 2021-봄(`58)호 <청풍명월의 심상자리 ⑨>에서
* 김덕근/ 충북 청주 출생, 「충북작가」편집위원, 작품집『내일을 비추는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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