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아버지 제사/ 김개미

검지 정숙자 2021. 5. 16. 12:27

 

    아버지 제사

 

    김개미

 

 

  우리 아버지는 낫으로 팽이를 깎아주는 다정한 아버지는 아니었어요. 썰매를 만들어주지도 않았고요. 겨우내 아버지가 우리에게 준 건 이른 아침의 담배연기와 저녁나절의 비틀거리는 그림자였죠. 우리가 아버지를 사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어쩌다 며칠 아버지가 집을 비우면 더 춥게 느껴졌는데, 그게 사랑이라면 사랑이겠죠. 아버지가 우리를 사랑했는지도 분명치 않아요. 아버지는 술에 취하지 않고는 우리 이름을 부르는 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도 가끔 이렇게 모여 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웃어요. 아버지는 옛날얘기 속에 나오는 나무꾼이나 농부였는지도 몰라요. 정말 있었던 사람인지도 분명치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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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아돌하』 2021-봄(58)호 <신작시> 에서

  * 김개미/ 강원 인제 출생, 2005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앵무새 재우기』『악마는 어디서 게으름을 피우는가』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