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검은 강/ 이서영

검지 정숙자 2021. 5. 16. 02:41

 

    검은 강

 

    이서영

 

 

  베트남의 검은 강변을 걷고 있었다 너는 낮은 흙더미에 주저앉아 흙 놀이에 빠져들었다 흰 손가락 사이로 검은 흙이 흘러내리고 흘러 나는 그 자리에 너를 남겨둔 채 어디론가 향해 혼자 걸었다 걸을수록 어둠은 깊어 걸음을 뗄 때마다 검은 벽이 막아선 것 같았다 강변을 되돌아 걸으며 너를 불렀다 낯선 땅 낯선 하늘 사이로 너의 이름이 떠돌았다 너는 대답하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도 사람들은 부딪치지 않고 돌아다녔다 너를 영영 찾지 못할 것만 같아 나는 실성한 여자처럼 울음을 풀어헤치고 풀어 강둑을 헤매어 다녔다 한 베트남인 부부가 나를 보고 수군거렸다 그 남자가 찾는 여자 같아 베트남어를 한마디도 할 수 없는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 남자를 보셨나요 그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검은 강을 멀리 가리켰다

 

  --------------

 * 『딩아돌하』 2021-봄(58)호 <Before & After / 신작시> 에서

  * 이서영/ 전남 해남 출생, 2021년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