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구
강빛나
그녀가 바짝 무릎을 세웠어요
뭍으로 가고 싶은지
슬개골 안쪽이 그녀를 끌고 가요
바다 저 끝인가요
가지 못한 곳은 가지 못한 채로
빈자리를 그어 놓았어요
바늘 끝이 압점을 타고
그녀 몸을 휘돌 때
떨어진 적 없는 연리지는
마다 건너 요양원으로 갔어요
홀로 남은
그녀는 방바닥에 적막을 깔고
불편을 덮고 누웠어요
시간을 잡아당겨도
그가 있는 곳 가까워지지 않는데
자꾸 끌어당기고 놓치곤 해요
어쩌면 그의 욕창이 깊어져
거꾸로 세상을 돌리고 있을 거예요
내 집이 아니라서
당신이 아니라서
마지막은 꼭 내 집에서 잠들고 싶다 해서
그녀는 엉덩이로 온 집안을 쓸고 다녀요
돌담 밑에서
노란 국화도 피어나면 좋겠어요
-전문, 『포엠포엠』 2020-겨울호
▶연리지의 소원(발췌) _ 성숙옥/시인
인간으로 태어나면 나를 사랑하는 것과 내가 사랑하지 않는 것들까지 다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속성과 부딪히고 미끄러지다 그 불확실성을 감내하지 못하고 버리게 된다. 마침내 아무도 내 곁에 두지 않고 또한 오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에는 사랑을 믿지 못해 결혼도 미루고 홀로 사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면 발을 내딛는 엄두조차 못 내는 것이다.
정 없이 삭막한 콘크리트 숲, 그것이 현대의 인생사라면 너무나 무기력하고 남루하다. 하지만 이 시에선 인생의 종착역까지 다다른 노인, 그 비좁은 육체의 결핌 속에서 끌어내는 질긴 사랑의 끈을 보여준다. 마치 겨울을 뚫고 피어나는 복수초 노란 꽃망울처럼.
흘러가는 것들을 비추는 물을 보면 거꾸로 서 있는 산 그림자는 흘러가지 않는 것을 본다.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깨달을 때마다 나는 괴테의 파우스트 한 구절을 되뇌어본다.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이다." 이 말을 처음 깨달은 것처럼 해보는 것은 결핍된 인간의 가엾은 마음이 아닐까? 윤기 흐르는 그 시간으로 다시는 회귀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까닭에. (p. 시142-143/ 론 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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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 2021-봄(89)호 <포엠포엠에서 본 詩/ 작품론>에서
* 성숙옥/ 2012년『시문학』으로 등단, 시집『달빛을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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