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의 역설
동길산
잎에게 빛은 생명수다
빛이 스며들지 않으면
시름시름 시들다 끝내 죽는다
아프리카 어떤 나무는 그걸 알아서
제 잎에 스스로 구멍을 내어
빛이 그 아래 잎에 스며들도록 한다
한 잎이 죽으면
다른 잎이 사는 게 아니라
한 잎이 죽으면
다른 잎도 죽는
잎의 역설이다
아프리카 어떤 나무만 그러랴
내가 이만큼이나 얼굴 들고 다니고
이만큼이나 밥 먹고 살게 되기까지
보이는 곳도
보이지 않는 곳도
구멍 숭숭 난 만신창이 당신
나무 맨 위에 난 잎이라서
가장 높고 가장 파릇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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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엠포엠』 2021-봄(89)호 <신작시>에서
* 동길산/ 1960년 부산 출생, 1989년『지평』으로 등단, 시집『꽃이 지면 꽃만 슬프랴』외, 산문집『우두커니』외, 한국 신발 100년사『고무신에서 나이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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