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간 영창 갔다
이종호
그해 겨울 철책선에서 총을 들고 보초 설 때 편지가 날아왔다, 내 애인이 보낸 편지,
고무신 거꾸로 신고 딴 남자에게 간단 편지
피가 역류했다, 아니 이럴 수는 없어, 아니야, 아닐 거야, 그,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그녀는 곧장 남의 품에 폭 안겼다
불쑥, 봄이 왔다, 눈치코치 없는 꽃이 한탄강 천산 만산 폭죽을 터뜨리며
한바탕 야단법석의 지랄 도떼기를 했다
뭐라고? 이 마당에 봄이 오고 꽃이 피어?
울컥 도분이 나 저 미친 꽃을 향해 방아쇠 잡아당겼다 2주일간 영창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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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르바』 2021-봄(81)호 <신작시>에서
* 이종문/ 199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봄날도 환한 봄날』『그때 생각나서 웃네』, 시선집『웃지 말라니까 글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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