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폐묵(廢墨)-1/ 장종권

검지 정숙자 2021. 4. 30. 00:09

 

    폐묵廢墨 · 1

 

    장종권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묻고 있지만 저놈은 아무 생각도 없는 놈이다. 그저 눈 감고 총만 쏘아댄다. 퍽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그 총알에 어떤 꽃이 떨어지든 알 게 무어냐? 방아쇠는 당겼으나 총알이 가는 길은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무엇을 생각하는 중인데, 그 무엇이 무엇인지 또 생각하라 한다. 생각이 생각을 생각하니 쌩쑈다. 그런데 그놈의 생각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고 그렇다. 그러니 생각을 적으려면 다소간 위장하게 되고 색칠이 될 수밖에 없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전쟁이 터지면 우리 식구들은 어찌 되나 생각하고 있다. 세금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고, 생필품 가격이 오르면 어떻게 견디나 생각하고 있다. 성인군자가 되는 방법을 생각한 적은 없다. 보살이 되고 선지자가 되는 법도 생각한 적은 없다.

 

    ----------------

   * 『시와정신』 2021-봄(75)호 <이 계절의 시인/ 신작시>에서

   * 장종권/ 전북 김제 출생, 1985년『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아산호 가는 길』『전설은 주문이다』, 장편소설『순애』, 창작집『자장암의 금개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