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에서 읽은 시

수상소우/ 조경환

검지 정숙자 2021. 4. 25. 20:10

<2021, 시와사람 시 부문 신인상 수상작> 중

 

    수상소우

 

    조경환

 

 

  어렸을 적에 한 여자애를 좋아했다

  이름에 '숙'자 들어가는 아이였다

  그런데 잘 놀아주지 않았다

  공부 잘하는 동네 형만 좋아해서 심술이 났다

  나만의 공부법을 터득해 으쓱했다

  하늘 천(天)은 큰[大] 것 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것 하나 일'一' 하늘 천(天) 외우고

  땅 지(地)는 이끼[也]가 모아지면 흙[土]이 되니 땅 지(地)로 외우고

  검을 현(玄)은 구불구불 아래로 내려가면 어두운 곳이니까 검을 현(玄)

  그런데

  '숙'자 쓰는 여자애는 제 이름자도 쉽게 잊어버렸다

  그래서 내 공부법을 淑(숙)에게 가르쳐주었다

  네 이름자의 '淑(숙)'자는 水 · 上 · 小 ·又수상소우 淑(숙) 이렇게 외우면 되잖아!

  공부법을 알려줘도 그 여자애는 나와 잘 놀아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 여자애가 동네 형하고 노는 것을 보면

  직박구리가 덩치 큰 까치를 놀리고 다니듯

  수상소우( · 上 · 小 ·又) 수상소우( · 上 · 小 ·又)하며 놀리고 다녔다.

      -전문-

 

   * 심사위원: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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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와사람』 2021-봄(99)호 <시와사람 시부문 신인상 수상작> 中

   * 조경환/ 1963년 전북 고창 출생, 2019년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